‘세컨드’는 왜 두 번째라는 뜻일까? 시간 단위에 숨겨진 어원
세컨드 _second_는 일상에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순서를 나타내는 ‘두 번째’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의 단위인 ‘초’다. 서로 다른 의미처럼 보이지만, 시간 단위인 _second_에도 실제로 ‘두 번째’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왜 시간의 단위는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그 답은 분과 초를 나누는 방식과 라틴어 어원에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1시간 60분, 1분 60초라는 체계에는 고대의 수학과 천문학에서 발전한 시간 분할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분’은 첫 번째로 작게 나눈 부분
영어 _minute_는 라틴어 _minutus_에서 유래한 말로, ‘작은’ 또는 ‘잘게 나눈’이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 시간 단위로 사용하는 _minute_의 어원을 설명할 때는 라틴어 표현인 _pars minuta prima_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첫 번째로 작게 나눈 부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_pars_는 부분을, _minuta_는 작게 나눈 것을, _prima_는 첫 번째를 뜻한다. 이 표현은 하나의 큰 단위를 먼저 나눈 작은 부분을 가리킨다. 오늘날 시간 단위에 적용하면 1시간을 60등분했을 때 그중 한 부분이 1분이다.
시간을 분으로 나누는 방식은 단순히 편의를 위해 정한 것이 아니다. 고대부터 천문학자들은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계산하면서 시간을 세분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발달한 60진법은 천문학적 계산에 유용한 수 체계였다.
60은 2, 3, 4, 5, 6, 10 등 여러 수로 나누어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60을 2로 나누면 30, 3으로 나누면 20, 4로 나누면 15가 된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어 천문 관측값과 각도를 계산하는 데 편리했다.
다만 고대 바빌로니아의 60진법이 오늘날의 시·분·초 체계를 한 번에 만들어 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60을 기준으로 나누는 수학적 전통이 발전했고, 이후 그 방식이 천문학과 시간 측정에 활용되면서 현재의 체계로 이어졌다.
초는 왜 ‘두 번째로 나눈 부분’일까?
1시간을 60분으로 나누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1분을 다시 60등분하면 1초가 된다. 이 두 번째 분할을 설명하는 표현이 바로 _pars minuta secunda_다. ‘두 번째로 작게 나눈 부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_secunda_는 순서상 두 번째를 의미한다. 시간이 더 작은 단위로 나뉘면서 첫 번째 분할에는 prima, 두 번째 분할에는 _secunda_라는 표현이 붙은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긴 라틴어 표현은 짧아졌고, _pars minuta prima_와 관련된 _minute_는 분을, _pars minuta secunda_에서 나온 _second_는 초를 나타내게 되었다.
계산으로 살펴보면 이 관계가 더 명확하다. 1시간은 60분이고, 1분은 60초이므로 1시간은 3,600초다. 즉 1초는 1시간을 60으로 나눈 뒤 다시 60으로 나눈 단위다.
이름에 담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초가 분보다 더 중요하거나, 두 번째로 만들어졌다는 단순한 순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기준 단위를 단계적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붙은 명칭이다. 따라서 _second_가 ‘두 번째’라는 뜻과 ‘초’라는 뜻을 모두 갖게 된 것은 우연한 동음이의 관계가 아니다.
분과 초는 처음부터 일상에서 사용되었을까?
오늘날에는 시계만 있으면 분과 초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작은 시간 단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시계나 물시계처럼 초기의 시간 측정 도구는 시간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현대적인 시계처럼 초 단위의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기는 어려웠다.
고대 천문학자들은 계산을 위해 시간을 이론적으로 세분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곧 일상생활에서도 분과 초를 정확히 측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분과 초의 실용성이 커졌다. 17세기에 진자시계가 등장한 것도 정밀한 시간 측정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간 단위는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정확하게 정의되었다. 현대의 1초는 단순히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간격만을 뜻하지 않는다. 국제단위계에서는 세슘 원자의 특정 전이에 해당하는 복사 주파수를 기준으로 초를 정의한다. 원자의 일정한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시간을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 단위에 남아 있는 옛 수학의 흔적
분과 초의 이름에는 시간을 나누는 방식뿐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수학적 개념을 표현했던 흔적도 남아 있다. 첫 번째로 나눈 부분은 minute, 두 번째로 나눈 부분은 _second_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이 표현은 시간뿐 아니라 각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각도에서는 1도를 60분으로, 1분을 다시 60초로 나눈다. 여기서 말하는 분과 초는 시간의 단위와 이름이 같지만, 각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문맥에 따라 시간인지 각도인지 구분해야 한다.
또한 _second_가 일반적인 영어에서 ‘두 번째’를 뜻하는 것과 시간 단위인 ‘초’를 뜻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순서를 나타내는 second 역시 라틴어 _secundus_와 관련이 있으며, 시간 단위의 명칭도 ‘두 번째로 나눈 부분’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분과 초는 너무 익숙해서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원을 살펴보면 단어 하나에도 수학과 천문학, 시간 측정 기술의 역사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컨드’가 두 가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간을 더 작은 부분으로 나누던 오래된 계산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고 자료
-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 시간 단위의 역사와 분·초의 기원
- Etymonline — minute의 어원과 역사
- Etymonline — second의 어원과 역사
- 일본 국립천문대 — 분과 초의 의미 및 60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