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는 정말 25시간일까? 우리 몸의 하루를 결정하는 생체시계
생체시계는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고 밤이 되면 졸음이 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현상이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빛과 어둠은 사람의 수면과 각성 리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외부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단서를 최대한 차단하더라도 우리 몸은 일정한 주기로 잠이 오고 깨어나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우리 몸 안에는 일종의 ‘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체시계 또는 생물학적 시계(biological clock)라고 한다.
생체시계란 무엇일까?
생체시계는 우리 몸의 여러 생리적 기능이 일정한 시간적 리듬을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수면과 각성뿐만 아니라 호르몬 분비, 체온, 식욕과 소화 등 다양한 생리 현상도 하루의 시간에 따라 일정한 변화를 보인다. 이러한 약 24시간 주기의 생물학적 리듬을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한다. ‘circadian’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약’을 의미하는 circa와 ‘하루’를 의미하는 diem에서 유래했다. 즉, 정확히 24시간이라는 뜻이라기보다는 ‘하루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리듬’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우리 몸의 시계는 어디에 있을까?
인간의 생체시계에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교차상핵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외부의 낮과 밤에 맞추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 몸 안에는 자체적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있고, 빛은 그 시계를 실제 하루의 시간에 맞춰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생체시계의 영향으로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증가하고, 아침이 되면 빛의 영향을 받아 생체시계가 다시 낮의 시간에 맞춰진다. 미국 국립일반의학연구소(NIGMS)는 인간의 시교차상핵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중심 역할을 하며,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정보를 이용해 멜라토닌 등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체시계는 25시간일까?
여기에서 오래된 상식 하나가 등장한다. 예전에는 인간의 생체시계가 약 25시간이라는 설명이 널리 알려졌다. 외부의 빛과 시간 정보를 차단한 환경에서 사람이 생활하면 하루가 조금씩 뒤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근거로 인간의 내부 시계가 약 25시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연구 방법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생체시계 주기는 다시 측정됐다.
특히 1999년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빛과 같은 외부 시간 단서의 영향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건강한 성인의 생체시계 주기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인간의 내재적인 생체시계 주기는 평균 24.18시간으로 나타났다. 이후의 연구에서도 인간의 평균적인 내재적 일주기 주기는 대체로 24.2시간 정도로 확인됐다.
따라서 현재는 “인간의 생체시계는 25시간이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인간의 생체시계는 평균적으로 24시간보다 약간 긴 약 24.2시간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왜 생체시계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닐까?
여기서 재미있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 하루는 24시간인데 인간의 생체시계는 평균적으로 약 24.2시간이라면, 매일 조금씩 시간이 뒤로 밀려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외부의 시간 단서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생체리듬이 자연스럽게 ‘자유 진행(free-running)’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약 12분씩 계속 늦게 자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빛을 비롯한 외부 환경의 신호가 생체시계를 매일 다시 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빛은 인간의 생체시계를 외부의 24시간 주기에 맞추는 가장 중요한 환경적 신호다.
아침의 빛이 중요한 이유
아침에 햇빛을 받는 것은 단순히 잠을 깨는 데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빛은 눈을 통해 생체시계에 시간 정보를 전달하고, 생체시계의 위상을 조절한다. 평균적으로 인간의 내재적 주기가 24시간보다 조금 길기 때문에 실제 환경의 24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매일 생체시계를 조금씩 앞당기는 조정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필요한 조정량은 약 0.2시간, 즉 12분 정도다. 따라서 “내 생체시계가 24시간보다 조금 긴 것 같다”는 현상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생체시계도 외부의 빛과 생활 환경에 의해 매일 실제 시간에 맞춰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체시계의 속도도 조금씩 다르다
모든 사람의 생체시계가 정확하게 24.2시간인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는 사람마다 내재적인 일주기 주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람의 생체시계는 평균보다 짧고, 다른 사람은 평균보다 길 수 있다. 이러한 개인차는 사람들이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와 같은 수면 시간 선호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실제 수면 시간은 생체시계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빛, 수면 습관, 사회적 일정, 활동량, 식사 시간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밤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생체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
현대인의 생활에서 생체시계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밤의 인공조명이다. 생체시계는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밤늦게 강한 빛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 자체가 특별한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서 나오는 빛과 사용 시간, 주변 조명 환경 등이 생체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NIGMS 역시 밤의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빛이 생체시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생체시계가 흐트러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체시계와 실제 생활 시간 사이의 차이가 커지면 수면과 각성 리듬이 어긋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여행 후 발생하는 시차증(jet lag)이다. 갑자기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면 몸의 생체시계는 이전 지역의 시간에 맞춰져 있지만 주변의 낮과 밤은 새로운 시간대로 바뀌어 있다. 교대근무 역시 생체시계와 사회적 활동 시간이 서로 어긋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생체시계와 외부 환경의 시간이 맞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면 수면뿐만 아니라 여러 생리적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5시간의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
그렇다면 왜 아직도 “인간의 하루는 25시간”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을까? 과거의 연구에서는 인간의 생체리듬이 약 25시간이라는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구 대상자가 실제로 빛을 비롯한 외부 시간 단서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났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이후 보다 정교한 실험 방법이 개발되면서 인간의 내재적 생체시계 주기가 다시 측정됐고, 평균값은 25시간보다는 24시간에 훨씬 가까운 약 24.2시간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인간의 생체시계는 25시간이다”라는 표현은 과거 연구 결과가 대중적으로 단순화되면서 굳어진 상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생체시계는 정확한 시계가 아니라 조정되는 시계다
인간의 생체시계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우리 몸에는 실제로 자체적인 시간 측정 시스템이 있지만, 그것이 외부 환경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자체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빛과 활동, 식사 등 다양한 환경 신호를 받아 실제 하루의 시간에 맞춰진다.
특히 빛은 인간의 일주기 리듬을 맞추는 가장 중요한 신호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24시간에 맞춰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우리 몸의 시계가 처음부터 정확히 24시간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와 외부 환경의 시간이 매일 서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정리
인간의 몸에는 수면과 각성, 호르몬 분비, 체온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의 시간대를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다. 이러한 리듬을 일주기 리듬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인간의 생체시계가 약 25시간이라는 설명이 널리 알려졌지만, 정밀한 연구 결과 건강한 성인의 내재적인 생체시계 주기는 평균 약 24.2시간으로 확인됐다.
실제 하루는 24시간이므로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빛을 비롯한 외부 환경의 신호를 이용해 매일 조금씩 조정된다. 결국 인간의 생체시계는 25시간짜리 시계도, 완벽하게 24시간으로 고정된 시계도 아니다. 우리 몸 안에서 약 24시간의 고유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동기화되는 정교한 생물학적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National Institute of General Medical Sciences (NIGMS), Circadian Rhythms
- Czeisler CA et al., Stability, precision, and near-24-hour period of the human circadian pacemaker, Science, 1999
- Duffy JF et al., Sex difference in the near-24-hour intrinsic period of the human circadian timing system
- PubMed 및 NCBI의 인간 일주기 리듬 관련 연구자료

※ 이 글은 생체시계와 일주기 리듬에 관한 일반적인 과학 정보를 설명하기 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