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은 왜 42℃까지 올라갈까? 고열의 위험과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체온은 흔히 36~37℃ 정도가 정상 체온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거나 감염이 발생하면 체온이 38℃, 39℃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에는 40℃를 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체온은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흔히 “인간의 체온은 42℃ 이상 올라가지 않으며, 42℃가 되면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41℃를 넘는 체온은 매우 위험하며 세포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42℃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사망 온도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체온을 조절하고, 왜 극도로 높은 체온이 위험한 것일까?
우리 몸은 어떻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까?
인간은 외부 기온이 변해도 체온을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유지한다. 이 역할의 중심에 있는 것이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다. 시상하부에는 체온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계가 있으며, 혈액의 온도와 피부 등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이용해 몸의 열 생산과 열 방출을 조절한다. 몸이 너무 추워지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몸을 떨게 하는 등의 반응을 통해 열을 보존하거나 만들어낸다. 반대로 더워지면 피부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흘려 열을 몸 밖으로 방출한다.이러한 조절 덕분에 우리 몸의 중심 체온은 외부 환경이 변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감염되면 왜 열이 날까?
감염이 발생하면 몸의 면역체계가 병원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염증성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인터루킨-1, 인터루킨-6, 종양괴사인자(TNF)와 같은 사이토카인이 관여하고, 이어서 프로스타글란딘 E2(PGE2)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PGE2는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체온의 설정점(set point)을 높인다. 예를 들어 평소 체온이 약 37℃에서 유지되고 있었다면, 몸의 설정점이 더 높은 온도로 바뀌면서 우리 몸은 현재의 체온을 오히려 ‘낮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몸을 떨게 하는 등의 반응이 나타나면서 체온을 새로운 설정점까지 올리려고 한다. 이것이 감염에 따른 발열(fever)의 기본적인 원리다.
열이 난다고 체온이 무한정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감염이 심해지면 체온이 계속 올라가 50℃, 60℃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인체에는 체온을 조절하는 여러 생리적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체온이 상승하면 땀을 흘리고 피부 혈관을 확장해 열을 방출하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또한 일반적인 감염에 의한 발열은 대부분 38~40℃ 정도의 범위에서 나타나며, 건강한 성인의 경우 이러한 정도의 일시적인 발열은 대체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체온이 극도로 상승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41℃를 넘으면 왜 위험해질까?
의학적으로 특히 주의해야 하는 온도가 약 41℃ 이상이다. 이 정도의 극심한 체온 상승에서는 단순히 몸이 뜨거운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높은 온도에서는 단백질의 구조가 손상될 수 있고, 세포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혈액응고 체계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여러 장기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Merck Manual은 일반적으로 41℃를 넘는 극심한 체온 상승에서 단백질 변성과 세포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여러 장기의 기능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체온이 높아질수록 단순히 ‘열이 조금 더 나는 것’이 아니라 세포와 장기 자체가 손상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42℃가 되면 반드시 죽는 것일까?
이 부분은 흔히 알려진 상식과 실제 의학적 사실 사이에 차이가 있다. 42℃는 매우 위험한 체온이지만 42℃가 되는 순간 모든 사람이 사망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오래된 연구에서는 식도 체온이 41.6~42.0℃까지 올라간 상태에서도 심각한 후유증 없이 회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자들은 이를 근거로 사람에게 적용되는 ‘치명적 온도’를 단순히 특정 온도 하나로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높은 체온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었는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42℃ = 즉시 사망”이라고 외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더 정확한 표현은 “체온이 41℃를 넘는 극심한 고체온은 세포와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같은 41℃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다
고열을 이해할 때 중요한 개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발열(fever)과 고체온증(hyperthermia)의 차이다. 발열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상하부의 체온 설정점이 올라간 상태다. 반면 고체온증은 체온 설정점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몸에서 발생하는 열이 너무 많거나 열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해 체온이 상승하는 상태다. 대표적인 예가 열사병(heat stroke)이다.
열사병에서는 주변의 높은 온도와 습도, 심한 운동 등의 영향으로 체온 조절 능력을 넘어서는 고체온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약물이나 중독, 특정 질환도 극심한 고체온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체온계에 41℃가 표시됐다는 사실만으로 그 원인을 감염에 의한 발열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고열이 심하면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온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뇌를 포함한 여러 장기의 기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열 자체뿐 아니라 체온 상승을 일으킨 원인과 탈수, 혈압 변화, 염증 반응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극심한 고체온에서는 의식 변화나 혼란, 경련 등 신경학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여러 장기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40℃ 전후의 높은 체온이 나타났다고 해서 단순히 “감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41℃ 이상의 체온은 즉각적인 의료 평가가 필요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된다.
왜 우리 몸의 단백질이 높은 온도에서 손상될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단순히 몸의 재료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효소, 수용체, 구조 단백질 등 수많은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정교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능한다. 그런데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단백질의 입체적인 구조가 변할 수 있다. 단백질 구조가 심하게 변하면 원래 수행하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 고체온이 위험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이것을 “42℃가 되면 모든 단백질이 한꺼번에 딱딱해진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제로는 다양한 단백질과 세포 구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받고, 높은 체온에 노출되는 시간과 정도에 따라 손상도 달라진다.
체온계가 42℃까지만 표시되는 이유가 아니다
원문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체온계의 최고 눈금이 42℃인 것도 사람이 42℃ 이상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체온계의 측정 범위는 제품의 용도와 설계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의 정상 체온과 발열을 측정하기 위한 의료용 체온계는 일반적인 사용 범위에 맞춰 설계되기 때문에 특정 범위가 표시되는 것이지, 인간이 42℃ 이상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체온계가 42℃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42℃ 이상의 체온 측정이나 극심한 고체온이 논의되어 왔다.
정상 체온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정상 체온은 정확히 36.5℃”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실제 체온은 사람마다 다르고 하루 중에서도 변한다. 측정 부위에 따라서도 값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체온은 아침보다 오후나 저녁에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건강한 사람에게도 일정한 범위의 일중 변동이 나타난다. 따라서 36.5℃라는 숫자 하나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2℃’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
사람의 체온에 관한 상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몇 도에서 반드시 죽는가?”라는 하나의 숫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체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뿐만 아니라,
- 왜 체온이 올라갔는지
-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상태였는지
- 열을 몸 밖으로 제대로 방출하고 있는지
- 탈수나 혈압 저하가 있는지
- 의식이나 장기 기능에 변화가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41℃를 넘는 극심한 체온 상승은 원인과 관계없이 응급하게 평가해야 할 수 있는 상태다.
정리
인간의 몸에는 시상하부를 중심으로 한 정교한 체온 조절 시스템이 있다. 감염이 발생하면 면역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물질이 프로스타글란딘 E2 등의 경로를 통해 시상하부의 체온 설정점을 높이고, 그 결과 발열이 발생한다. 하지만 체온이 계속 무한정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땀과 피부 혈관의 변화 등 여러 방법으로 열을 방출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절 능력을 넘어 체온이 41℃ 이상으로 극단적으로 상승하면 단백질 손상과 세포 기능 장애, 염증 반응, 장기 기능 부전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그렇다고 42℃가 인간의 절대적인 사망 온도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42℃ 부근에서도 생존한 사례가 보고되어 있으며, 고체온의 위험성은 온도뿐 아니라 지속 시간과 원인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결국 “사람의 체온은 42℃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오래된 상식보다는, “인체는 정교하게 체온을 조절하지만, 약 41℃를 넘어서는 극심한 고체온은 세포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라고 이해하는 것이 현재 의학 지식에 더 가깝다.
참고 자료
- Merck Manual Professional Edition, Fever
- Merck Manual Professional Edition, Overview of Heat Illness
- NCBI Bookshelf, Physiology, Fever
- PubMed, Induced hyperthermia in sedated humans and the concept of critical thermal maximum
-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및 PubMed의 발열·고체온 관련 자료

※ 이 글은 체온 조절과 고체온의 생리학적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실제 체온이 41℃ 이상으로 측정되거나 의식 변화, 경련, 심한 혼란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응급의료기관의 평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