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협심증 치료제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바뀐 약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남성의 성기능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은 아니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sildenafil)은 원래 심혈관계 질환, 특히 협심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을 찾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그렇다면 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연구하던 약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되었을까?
처음에는 협심증 치료제를 찾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영국 연구시설인 샌드위치(Sandwich) 연구소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약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혈관의 이완과 관련된 신호전달 과정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PDE-5(phosphodiesterase type 5)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PDE-5는 우리 몸에서 cGMP라는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다. PDE-5를 억제하면 cGMP의 작용이 증가할 수 있고, 혈관의 평활근이 이완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구진은 PDE-5 억제제가 혈관과 관련된 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86년부터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이후 여러 후보물질 가운데 하나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물질이 훗날 실데나필이 된다.
실데나필은 처음부터 ‘비아그라’가 아니었다
연구 과정에서 실데나필은 처음부터 Viagra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개발 초기에는 UK-92,480이라는 코드명이 사용됐다. 1989년에는 이 물질이 추가 개발을 진행할 후보로 선정됐고, 1991년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당시 연구진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는 여전히 심혈관계 질환이었다. 특히 협심증 치료에 사용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그런데 임상시험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연구진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을 발견했다. 실데나필을 복용한 일부 남성에게서 발기가 나타나는 현상이 보고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약의 주요 효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데나필의 발기부전 치료 가능성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면 협심증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서 실데나필은 협심증 치료제보다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더 유망한 방향이라는 판단이 이루어졌다.
왜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었을까?
그 이유는 실데나필이 작용하는 생리학적 경로에 있다. 남성이 성적 자극을 받으면 신경에서 산화질소(NO)라는 신호물질이 만들어진다. NO는 음경의 평활근을 이완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신호 전달 과정에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cGMP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PDE-5는 cGMP를 분해한다. 실데나필은 바로 이 PDE-5를 억제한다. 그 결과 cGMP의 작용이 유지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음경으로의 혈류 증가를 돕는다. 따라서 실데나필은 단순히 혈액을 몸 전체에 무작정 많이 흐르게 만드는 약이 아니라, 성적 자극이 있을 때 음경의 혈관과 평활근에서 일어나는 신호 전달을 강화하는 약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비아그라는 ‘자동으로 발기시키는 약’이 아니다
여기에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다. 비아그라를 먹으면 아무런 자극이 없어도 자동으로 발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실데나필은 성적 자극 자체를 만들어내는 약이 아니다. 성적 자극에 의해 시작되는 NO-cGMP 경로를 돕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성적 자극이 있어야 정상적인 발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아그라를 단순히 ‘발기를 일으키는 약’이라고 설명하기보다는 발기부전 환자의 발기 반응을 돕는 약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1998년, 비아그라가 등장하다
실데나필은 임상시험을 거쳐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됐고, 마침내 Viagra라는 상품명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98년 3월 27일 Viagra(sildenafil citrate)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승인했다. 당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을 경구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전에도 발기부전 치료법은 있었지만, 주사나 기구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경구 치료제의 등장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작은 파란 알약이 된 이유
비아그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특유의 파란색 다이아몬드 모양 알약을 떠올린다. 하지만 비아그라가 처음부터 유명한 파란 알약이었던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과 허가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출시되면서 독특한 형태와 색상의 정제가 사용됐고, 이후 비아그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발기부전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의사와 환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하게 만드는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심장약 연구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바뀐 이유
비아그라의 탄생 과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처음의 연구 목적과 최종적인 의약품의 용도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협심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혈관확장제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협심증에 대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발기 반응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구했다. 결국 같은 물질이 심혈관계 연구에서 출발해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연구자가 처음 예상하지 못했던 약물의 효과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비아그라의 탄생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실데나필의 역사는 단순히 ‘우연히 발기 효과가 발견된 약’이라는 이야기로만 설명하기에는 더 흥미롭다. 처음에는 특정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생리학적 작용을 연구했고, 임상시험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나자 그 현상을 다시 연구했다. 그 결과 새로운 치료 분야가 만들어졌다. 결국 비아그라의 탄생 과정은 신약 개발에서 예상하지 못한 관찰을 어떻게 새로운 연구 방향으로 연결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핵심 정리
- 비아그라의 주성분은 실데나필(sildenafil)이다.
- 실데나필은 원래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물질이 아니었다.
- 1980년대 중반 Pfizer의 영국 연구시설에서 PDE-5 억제제 연구가 시작됐다.
- 개발 초기 코드명은 UK-92,480이었다.
- 처음에는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 가능성을 연구했다.
- 임상시험 과정에서 남성의 발기 반응이 관찰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 이후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 방향이 전환됐다.
- 미국 FDA는 1998년 3월 27일 Viagra를 승인했다.
- 실데나필은 PDE-5를 억제해 성적 자극에 따른 NO-cGMP 신호를 돕는 방식으로 발기 반응을 개선한다.
- 성적 자극 자체를 만들어내는 약은 아니다.

참고 자료
-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Viagra Approval Documents
-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NCBI), Sildenafil: from angina to erectile dysfunction to pulmonary hypertension and beyond
- PubMed, Sildenafil: emerging cardiovascular indications
- FDA Drugs@FDA, Viagra (sildenafil cit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