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털을 깎으면 정말 굵어질까?
잔털이나 체모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털을 깎으면 더 굵게 자란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도를 한 뒤 새로 올라오는 털을 보면 이전보다 굵고 진해진 것처럼 보여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면도 때문에 털 자체가 굵어지는 것은 아니다.
깎은 털이 굵어 보이는 이유
털은 피부 밖으로 자라면서 끝부분이 자연스럽게 가늘어지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면도기로 털을 피부 가까이에서 잘라내면 이런 가늘어진 끝부분이 사라지고, 털의 중간 부분이 잘린 평평한 단면이 남게 된다.
이후 털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이 굵은 부분이 그대로 피부 밖으로 올라온다. 자연스럽게 자란 털처럼 끝이 가늘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굵고 진하게 보인다. 짧은 털은 피부와 가까운 곳에서 잘린 단면이 그림자를 만들면서 더욱 눈에 띌 수도 있다.
손으로 만졌을 때 까칠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길게 자란 털은 끝이 가늘고 부드럽지만, 면도 직후 자라나는 짧은 털은 끝이 잘린 상태라 상대적으로 단단하게 느껴진다.
면도가 모낭을 굵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털의 굵기와 성장에는 모낭의 구조와 유전적 요인, 호르몬 등의 영향이 크다. 면도는 피부 표면에 나온 털을 잘라낼 뿐 털을 만들어내는 모낭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부위를 반복해서 면도한다고 해서 털이 점점 굵어지거나 더 빠르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면도를 중단하고 충분히 자라게 하면 다시 원래와 비슷한 형태의 끝부분을 가진 털이 된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변화 등이 생기면 체모의 굵기나 양이 실제로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면도 때문에 변화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두 현상은 별개의 문제다. 결국 털을 깎는다고 털 자체가 굵어지는 것은 아니다. 면도 후 새로 자라는 털이 굵고 진하게 보이는 것은 가늘어진 털끝이 잘려 나가면서 둔하고 굵은 단면이 먼저 드러나기 때문이다.
